2025. 3. 22. 11:30ㆍ정리/책 정리
《10% Human》 정리 – 인간의 90%는 미생물이다
칼 세이건은 과학의 핵심을 직관에 어긋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그 아이디어를 신구에 상관없이 가차 없이 검증하는 회의적인 자세의 균형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알라나 콜렌의 "10% Human"은 바로 이러한 과학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몸에 공존하는 미생물이라는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의 건강에 대한 기존의 믿음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들어가며]에서 콜렌은 우리 몸이 단순히 인간 세포의 집합체가 아닌, 인간 세포 하나당 아홉 개의 미생물이 '무임승차'한 거대한 '산호초'와 같은 존재라고 선언합니다. 우리의 장은 100조가 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의 보금자리이며, 우리는 평생 아프리카 코끼리 다섯 마리 무게에 달하는 미생물의 숙주 역할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제시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해로운 형질이나 이롭지 못한 상호작용은 진화 과정에서 도태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 몸에 엄청난 수로 존재하는 미생물이 분명히 어떤 '이로움'을 제공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추론합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후 발전된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통해 똥 속에 담긴 죽은 미생물조차 식별할 수 있게 되면서, 과학자들은 위장 장애부터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 심지어 비만과 정신 건강까지 체내 미생물 사회의 붕괴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들을 속속들이 발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콜렌은 현대인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많은 질병들이 유전자 결함이나 신체적 결함이 아닌, 오랜 시간 우리와 공생해온 미생물이라는 존재를 소홀히 여긴 결과로 새롭게 나타난 질환이라고 주장하며, 이제는 미생물을 건강 관리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유전자가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건축 자재일 뿐이며, 인간의 게놈은 고작해야 예쁜 꼬마선충 수준이고 벼나 물벼룩보다도 작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인간의 복잡성이 2만 1천 개의 유전자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우리 각자는 인간 세포와 미생물이라는 여러 종이 협력하는 '슈퍼생물체'이며, 개수로 따지면 인간 세포는 체내 미생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미생물총의 유전자 총합인 미생물군 유전체는 인간 유전자 수의 무려 200배가 넘는 440만 개에 달하며, 숫자로만 따지면 우리는 0.5%만이 인간이라고 주장하며 독자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던집니다. 인간 게놈이 단백질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복잡성을 만들어내듯, 체내 미생물의 유전자는 손쉽게 지원되고 빠르게 진화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인간에게 제공하며 복잡성을 더욱 증폭시킨다고 설명합니다. 생명이 시작된 이래로 생물체는 서로를 이용해왔으며, 특히 미생물은 지구의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해온 강력한 존재임을 상기시킵니다.
콜렌은 [머리말]에서 충수의 존재 이유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펼칩니다. 충수염이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충수가 진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어 온 이유는, 충수가 단순히 쓸모없는 흔적기관이 아니라 특수화된 면역 세포와 미생물이 가득 찬, 미생물을 보호하고 키우며 소통하는 면역계의 중추 기관이자 '안전가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식중독이나 장염으로 장내 미생물이 파괴되었을 때, 충수에 피신해 있던 정상적인 미생물들이 다시 장을 채우는 '비상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충수는 장염, 면역 기능 장애, 혈액암, 일부 자가면역 질환, 심지어 심장 마비로부터 보호해주는 이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며, 미생물 보호 구역으로서 충수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인체를 안팎으로 다양한 미생물 서식지를 가진 지구와 같은 존재로 비유하며, 피부뿐만 아니라 소화관 역시 외부 환경에 노출된 '겉'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피부가 외부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하듯, 소화관의 세포 역시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며, 미생물들이 형성하는 '제2의 피부'는 인간 피부 세포와 함께 이중 보호막을 형성하여 인체의 진정한 내부를 지킨다고 말합니다. 흥미롭게도 결장 세포의 주된 에너지원은 혈액 속 당이 아닌, 미생물의 노폐물이며, 미생물이 없다면 결장 세포는 죽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결장의 따뜻하고 축축하며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미생물에게 풍부한 영양분을 제공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합니다.
결국 콜렌은 인류의 삶은 지금까지 미생물에 깊이 의존해 왔으며,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극히 일부분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는 진정으로 '겨우 10퍼센트 인간'일 뿐이며, 나머지 90%를 이루는 미생물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의 핵심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며 [들어가며]를 마무리합니다.
알라나 콜렌의 "10% Human"은 칼 세이건이 강조한 과학의 두 가지 태도, 즉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과 철저한 검증이라는 정신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우리의 몸과 건강에 대한 혁신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과학적 근거와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독자 스스로 회의적인 시각으로 기존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몸을 인간과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인식하고, 그 균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될 것입니다.
'정리 > 책 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0) | 2025.03.25 |
---|---|
질병 해방 [피터 아티아] 정리 (0) | 2025.03.23 |
닥터덕의 세포 리셋 [김덕수] 정리 (0) | 2025.03.22 |
사물의 투명성 [루퍼트 스파이라] 정리 (0) | 2025.03.16 |
김주환 『내면소통』 정리 (0) | 2025.03.16 |